1인 가구라면 친구와 함께 사는 노후, 코하우징의 현실과 가능성
‘혼자 사는 노후’는 이제 많은 이들의 현실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녀 없이 살아가는 비혼 인구가 늘고, 배우자와 사별한 이후 혼자가 된 사람도 많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삶이 오롯이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과 고독은 깊어지고, 건강 문제나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서는 불안감이 커진다. 특히 1인 가구 노년층은 ‘사회적 고립’과 ‘돌봄의 부재’라는 이중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있다. 바로 **코하우징(co-housing)**이다. 이는 단순한 룸메이트나 셰어하우스와는 다른 개념으로, 독립적인 주거 공간을 갖되, 공동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형태의 주거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실험되고 운영되어 왔으며, 한국에서도 이제 막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특히 비혼 1인 가구, 고령 싱글, 또는 ‘나이 들어도 친구와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코하우징은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으로 안정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코하우징이 무엇인지, 실제로 가능한 방식은 무엇인지, 노후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어떤 것인지 전문가적 시각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코하우징이란 무엇인가?
기본 개념
코하우징(Co-housing)은 196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된 공동체 주거 형태로,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성과 상호돌봄이 가능한 주거 방식을 말한다.
- 개인은 각자의 독립된 주거공간(방, 화장실, 주방 등)을 가지며,
-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거실, 부엌, 정원, 세탁실 등)을 함께 관리한다.
이것은 단순한 셰어하우스보다 더 자율적이고 조직적인 커뮤니티 기반 주거 시스템으로, 공동체 참여에 적극적이면서도 사생활이 분명히 보장된다.
코하우징의 주요 특징
독립성과 공동체성의 균형 | 내 방은 내 것이지만, 이웃과 자발적 관계 유지 |
공동 의사결정 | 운영에 필요한 사안은 구성원 간 회의로 결정 |
상호돌봄 기능 | 아플 때, 불편할 때, 급할 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 |
자율적 규칙 설계 | 청소, 비용 분담, 공동행사 등 운영방식을 직접 설정 |
왜 노후에 코하우징이 필요한가?
① 고독사 방지
혼자 사는 고령자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는 고독사다. 연락이 끊기고, 돌보는 이 없으며, 위급 상황에 누구도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코하우징은 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구조다.
② 의료·돌봄 공백 보완
혼자 살면 아플 때 병원에 같이 갈 사람, 약을 챙겨줄 사람조차 없다. 친구와 함께 사는 구조라면 의료적 위기에 대해 최소한의 상호 돌봄이 가능하다. 실제 덴마크와 일본의 고령자 코하우징 사례에서는 병원 동행, 약 챙겨주기, 간단한 간호까지 가능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③ 경제적 비용 절감
공동주거는 주거비, 식비, 관리비, 가전제품 구매 비용 등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월세나 공공요금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므로, 코하우징을 통해 일정 부분을 나누면 큰 도움이 된다.
④ 정서적 안정감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안정감과 심리적 지지가 생긴다. 특히 고령층은 정서적 유대가 건강과 직결되므로, 코하우징은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국내외 코하우징 실제 사례
유럽 사례: 덴마크 ‘보포헬스카벤’
- 198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된 시니어 코하우징 마을
- 개인 공간 + 공동 주방 + 정원 + 자전거 보관소 운영
- 식사, 정원 관리, 청소 등을 공동으로 수행
- 고령자들의 사회적 고립 방지 성공 사례로 평가됨
일본 사례: ‘다카노하라 코하우징’
- 일본 교토에 위치한 50세 이상 여성 대상 코하우징
- 노후를 함께 보내고자 하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구조
- 건강검진, 병원 예약, 공동 요리, 여행 등 소규모 생활 공동체 운영
- 거주 만족도 매우 높으며, 입주 대기까지 존재
국내 사례: 서울 ‘희망살림협동조합’
- 50대 이상 여성들이 함께 만든 공유 주택 형태
- 각자 방을 가지고, 공동 부엌·거실 사용
- 자율 회의와 규칙을 통해 운영
- 실질적으로 노후 코하우징의 국내 도입 실험으로 주목받음
친구와 함께 사는 노후,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친구랑 나이 들어 같이 살자”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현실화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① 법적 구조 설정
공동명의로 집을 매입할 경우, 소유권, 상속, 비용 분담 문제에 대해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 부동산 명의: 공동명의 또는 1인 명의 후 임대계약
- 계약서 작성: 퇴거 조건, 공동관리비 분담 등
- 사전 유언장 작성 권장 (사망 시 잔여 권리 귀속 정리)
② 생활 규칙 합의
친한 친구라도 함께 살면 갈등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초반부터 생활 규칙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방문객 제한, 공동 물품 이용, 청소 담당, 식사 여부 등
- 생활비 정산 방식도 자동이체 등으로 시스템화 필요
③ 의료, 돌봄 협약
단순 동거를 넘어 긴급 상황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 119 신고 대리 여부
- 병원 동행 협의
- 치매, 장기요양 등 중증 상황 발생 시 대처 방안
노후 코하우징 실행 전략 5단계 실천 플랜
1단계 | 친구 또는 지인들과 코하우징 아이디어 공유 시작 |
2단계 | 지역 조사: 공공임대, 민간 매물, 코하우징 협동조합 등 확인 |
3단계 | 생활 규칙, 계약 조건, 관리 운영방식 구체화 |
4단계 | 최소 3~6개월의 시험 동거 또는 단기 합숙 실시 |
5단계 | 정식 코하우징 계약 및 입주 후 지속적 회의 운영 |
코하우징이 가지는 미래적 가치
- 1인 고령가구 증가로 인해, 정부도 코하우징을 고령자 대안 주거 정책으로 적극 검토 중이다.
- 서울시, 부산시, 성남시 등에서는 공동체 주거 활성화 조례를 통해 코하우징을 지원하고 있다.
- 향후 공공 코하우징형 임대주택이 본격화되면, 사회적 고립 해소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사는 노후는 단순히 유쾌한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이며, 감정적이며, 구조적으로 실현 가능한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며, 혼자 사는 삶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지금,
코하우징은 자유로운 개인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돌봄과 안정감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진보된 주거 방식이다.
물론 준비가 필요하다. 규칙을 세워야 하고, 구조를 이해해야 하며, 합의와 운영의 경험도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한국 안에서도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고,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혼자는 불안하지만,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
그리고 그 ‘함께’는 가족이 아니라도 된다. 친구면 충분하다.
지금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준비하자.
친구와 함께 사는 노후는,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사는 노후, 우리 이야기입니다 – 코하우징 입주 2년차 김영순(가명) 씨 인터뷰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가능한 노후
김영순 씨(가명, 64세)는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 살아왔다. 아들도, 형제도 멀리 있고, 이제는 병원 가는 것조차 겁이 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코하우징'이라는 주거 형태를 알게 되었고, 현재는 서울 은평구의 한 코하우징 주택에서 또래 여성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지금도 매일 아침 눈뜨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1. 코하우징을 알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김영순 씨: 사별 후 혼자 살면서 너무 외로웠어요. 자다가 갑자기 쓰러지면 누가 알기나 할까 싶더라고요. 그러다 친구가 서울시 복지관에서 열린 강의에서 코하우징을 들었다며 제안했어요. 처음엔 ‘나랑 친구가 어떻게 같이 살아?’ 싶었는데, 막상 살다 보니 오히려 더 편하고 안전했어요.
Q2. 코하우징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김 씨: 각자 자기 방이 있고, 각자 식사도 따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침이나 저녁은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요. 매주 월요일 저녁은 무조건 같이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고요. 누가 아프면 병원도 같이 가주고, 간단한 심부름도 서로 해줘요.
Q3. 갈등은 없나요? 생활 방식이 다르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 씨: 물론 처음엔 ‘에어컨 온도’ 같은 사소한 걸로도 불편했어요. 그래서 초반에 생활 규칙을 정리한 가이드북을 만들었어요. 청소 담당 요일, 공동 물품 사용, 손님 초대할 때 사전 알림 등. 이게 없었으면 오래 못 갔을지도 몰라요.
Q4. 코하우징에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김 씨: '사람 소리'가 들리는 게 좋아요. 누가 옆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혼자 있을 때보다 밥도 잘 챙겨 먹고, 뉴스나 날씨도 서로 알려줘요.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아요. 그게 제일 커요.
Q5. 다른 사람들에게도 코하우징을 추천하시겠어요?
김 씨: 저는 진심으로 추천해요. 특히 60대, 70대 비혼 여성분들. 집이 없어도 돼요. 전세로라도 시작할 수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마음 맞는 친구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거예요. 집이 아니라 사람이 핵심이에요.
참여자의 한마디 조언
“처음엔 ‘내가 남한테 폐 끼치는 거 아닐까’ 고민 많이 했는데요,
살아보니까 서로 조금씩 도와주면 더 가볍게 살 수 있어요.
혼자보다, 둘이 낫고, 셋이면 더 든든해요.”
마무리 스토리
인터뷰가 끝난 뒤, 김 씨는 함께 살고 있는 집의 주방을 보여주며 웃었다.
“여기가 진짜 우리 공동체의 심장이에요. 밥도 여기서 같이 먹고, 고민도 여기서 나눠요.”
혼자 사는 게 당연해진 시대지만, 그 ‘당연함’을 바꿀 수 있는 선택도 존재한다.
코하우징은 그 중 하나의 실험이며, 김영순 씨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 실험 속에서 1인 가구의 고민을 하나 해결하는 자유로운 노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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